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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시/기타 정보

루트 더블 번역 후기

by 카토레아 2025. 8. 28.

프로젝트 시작: 2024. 5. 25
프로젝트 완료: 2025. 8. 27

 

460일 소요.

 

개인용 일기장 글입니다.

 


사실 이 게임을 오래 번역할 생각은 없었다.

'사쿠라의 시'를 한글화 하면서(중도포기) 배운 교훈이 있었으니,

한글화라는 이 100% 열정페이 작업은 내가 그 게임을 정말정말 좋아해야 한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누가 시키지도 않고 보상도 없고 힘든 이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게임을 사랑해서 번역하는 작업조차도 재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당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하는 정도여야 한다.

번역을 한다는 것은 그 작품을 몇번이고 다시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재미를 유지할 수 있을까?

'크로스 채널'의 경우가 확실히 그랬다.

그때는 학부생이었으니 시간도 꽤 있었다만, 작업 자체도 좋았다.

같은 문장을 읽고 또 읽고 곱씹으며, 어떻게 번역할지 고민하며 한 문장씩 적었다.

그렇게 크로스 채널의 3버전(복각판,스팀판,컴플리트판)을 한글화 하고,

그리자이의 과실 한글화 작업으로 넘어가려고 했으나,

이 게임의 번역을 하게 되었다.

이 게임을 번역하게 경위는 간단하다.

크로스 채널 컴플리트판과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그 작업은 한국에서 나만 할 수 있을 거였다.

('할 수 있을'은 약간 말이 다르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안 할'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왜냐하면 콘솔에서 PC로 이식한 이 레지스타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게임은,

크로스 채널, 루트 더블, 이와이히메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이히메를 누가 번역할 것 같진 않으니,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 현재는 이와이히메 한글패치가 루트더블보다 더 먼저 나오게 되었다.

컴플리트판의 한글화 강의도 너무 특정적인 내용인 것 같아서 적지 않았는데 적었더라면

이와이히메 한패 제작에 조금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루트 더블을 번역하는 것은 나의 반 의무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침 루트 더블은 번역본도 다른 분이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그냥 번역본을 옮기기만 하고 금방 끝내면 되겠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나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내 기준에 못미치는 퀄리티로는 도저히 할 수 없겠더라.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번역을 시작했다.

사실 완벽주의라는 말로 포장하고는 있지만, 내 발목을 잡은건 나의 사회성?의 부족일지도 모르겠다.

남에게 맡길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했을 텐데, 멍청하게 다 도맡아서 혼자서 하고 있으니..

그래서 결국 460일이라는 시간이 걸리게 된 것 같다.

일년이 넘는 시간동안 퇴근하고 나서, 또는 주말에 짬짬이 작업을 계속 진행했다.

번역하고, 코딩하고, 버그 고치고...

대학원생이라 퇴근 후 시간도, 주말도 잘 없는 것이 힘들었다.

대학원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와서 고생을 하고 있으니,

어쩌면 이게 그냥 나의 본성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어째 여유있는 삶과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다.

만들어서 고생을 하고 있으니 그야 정말 지당하다.

'루트 더블'은 번역하면서 처음 플레이 해봤다.

이름은 전부터 들어 봤었다.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게임이니까.

평가는...'중상' 정도?

내가 이야기의 짜임새나 깊이 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조금 낮게 평가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락용으로는 충분하나 그뿐인 것 같다는 느낌이다.

뭐 게임이 오락이면 되는 거 아닌가? 적고나니 그런 생각도 든다.

내가 이상한 것 같다.

어쨌건 작업을 무사히 끝까지 마칠 수 있어서 좋다.

또 한가지 일을 해냈구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와 영상은(특히 영상은) 처음에는 거의 할 생각이 없었으나,

글자를 워낙 넣어놔서 이해에 무리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완성도를 평가할때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므로,

그런 것도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해서 적당히 타협하는 퀄리티에서 마무리했다.

검수도 완벽하게 하진 못했지만 개강하면 어차피 시간이 (더욱)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이 게임의 한글패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아 먼저 배포를 시작했다.

내가 눈치채지 못한 치명적인 버그가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다음 한글화 작업은 그리자이아의 과실이다.

이 게임은 내가 군 시절에 번역본을 만들어 두었다. (그랬는데도 지금도 작업이 진행되질 않았다.)

어쩌면 크로스채널과 마찬가지로 숙원과도 같은 사업이므로, 빠르게 마무리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 그리자이아의 과실을 마지막 작업으로 하고,

그 뒤로는 클라나드를 조용히 혼자서 번역해 보려고 한다.

그러면 정말 이 분야에 있어서는 더 여한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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